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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 미국 발(發) 환율전쟁…
한국, 통상외교 강화해야

환율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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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RENCY WAR

“중국과 일본보다 한국과 대만이
최악의 환율 조작국(worst offenders)이다.”
- Financial Times, 2017.2.13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2월 13일(현지 시각) 이 같은 부제를 단 기사를 냈다.
환율조작국 단골 손님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중국과 일본보다
한국이 환율을 조작했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화들짝 놀란 정부와 한국은행은
“해당 기사는 사실을 왜곡했다”며 즉시 항의 서한을 보냈다.
환율 조작국 변방에 있던 한국이 환율 전쟁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EPISODE 2

미국 발(發) 환율전쟁…
한국, 통상외교 강화해야

“장기적으론 환율전쟁 파고 견딜 수 있는 기술 경쟁력 키워야”

이용우 기자 ywl@sisajournal-e.com

트럼프발(發) 환율전쟁이 심화하고 있다. 환율조작국으로 의심받는 국가 정상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중국은 달러표시 국채매도, 농산물 수입금지, 미국 항공기 수입금지 카드를 만지작 거리며 미국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반면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 중심으로 미국과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독일 역시 환율조작국은 어불성설이라며 미국 고립주의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한국 역시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다보니 한국 경제는 환율변동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중은 88.1%에 이른다. 그나마 2014년 98.6%보다 10.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40%에 이른다. 급작스레 원화 가치가 오르거나 달러 가치가 내려 교역조건이 악화되면 경제 불안정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환율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 등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지난해말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넘나들다 올해 들어선 1100원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약세를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 탓이다. 다시 자넷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3월 금리인상을 공언하고 트럼프가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을 하는 등 지정학적 문제가 불거지자 원·달러 환율이 1150원선으로 다시 상승했다. 3월 15일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된 이후 기준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원·달러 환율은 다시 1120원선으로 내려 앉았다.

막전(幕前) 전략···
한국 정부 미국 통상 담당자와 접촉 늘려야

전문가들은 환율전쟁에 맞서 우선 외교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한국이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해당 국가는 미국 재무부 장관과 시정 조처에 대한 협상에 돌입한다. 1년이 지난 뒤에도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면 미국은 대통령령에 의해 보복조치를 취한다. 보복조치는 4가지로 분류된다. ▲미국 기업이 해당국에 투자 시 금융지원 중지 ▲해당국 기업의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의 해당국 거시경제와 환율정책 감시 강화 ▲미국과 무역협정 재협상 4가지다.

이밖에 슈퍼 301조, 스페셜 301조, 통상법 201조,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 등 미국이 교역상대국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 이에 통상 전문가들은 어느 때보다 통상외교 역량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 상대로 대 미국 무역수지 흑자가 환율조작 탓이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조작국으로 거론한 일본, 중국, 독일 등 국가 원수들은 적극적으로 해명하거나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여건상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없다고 자위하기 보다 외교적으로 물밑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협력실 차장(국제학 박사)은 “환율조작국 이슈는 외교력·정치력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미국이 한국에게 환율조작국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면 무역흑자를 줄이고 미국 투자를 늘리겠다는 제스처를 보여줄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도 3월 20일 ‘미국 통상정책 평가 및 전망 대토론회’에서 “한·미 상호 신뢰를 확대해 대(對) 미국 수입·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등을 통해 트럼프 정책에 협조하는 인상을 심어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막후(幕後) 전략···
“혼란에 빠지지 말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전문가들은 환율조작국에 지정되더라도 경제 불안이 파급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현정 차장은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더라도 우선 혼란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며 “환율조작국 요건에 모두 충족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양자 협상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중국 등 국제적 협상이 더 중요한 때는 한국과의 양자 협상은 뒤로 밀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정부가 환율 조작국 지정이 곧바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국민과 기업이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과 기업이 불안해하지 않는다. 시장과 기업이 정확히 판단하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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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한국은 미국과 중국 편중된 무역구조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영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는 “무역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대비할 수 있도록 보호장치를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중국학과) 교수는 “환율전쟁은 결국 무역전쟁을 위한 것으로 한국은 미국과 중국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야한다는 운명에 처해있다”며 “중국의 경우 자국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환율 전쟁에 어느정도 대비할 수 있는 무기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쉽지 않다. 결국 한국은 기술력을 높이고 시장을 다변화해 환율과 무역전쟁 파고에 견딜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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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차장은 이와 관련해 "시장다변화하라고 해도 실상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해야 하는 숙제는 맞지만 기업에게 강요할 일은 아니다"라며 "결국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 개척하도록 정부가 뒤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전했다.

PRODUCTION

기획 이철현
취재 송준영 이용우 배동주
촬영·편집 권태현 차여경
디자인·개발 김태길 조현경 케이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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